2013년 10월 15일자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된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영국인 2,000명 중 한 명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을 일으키는 감염성 프리온 단백질(infectious prion protein)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에 Nature는 이 연구의 임상적 의미를 설명하는 긴급 기사를 실었다. 아래는 그 전문번역이다.
1. vCJD란 무엇인가?
vCJD는 우(牛)해면양뇌병증(BSE: bovine spongiform encepalpoathy)의 인간 버전으로, 일반적으로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0년대에 영국에서 발병한 이후에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BSE와 vCJD는 모두 「변형 프리온(PrPSc)」이라고 불리는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s) 때문에 발생하므로 프리온병(prion disease)이라고도 통칭되는데, 이것은 뇌 속의 다른 단백질들을 엉기게 하여 결국 뉴런을 파괴하게 된다. 인간은 감염된 소의 뇌나 기타 중추신경 조직을 먹음으로써 vCJD에 걸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수혈을 통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프리온병이 오염된 수술도구를 통해 전염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다(http://www.nature.com/news/2003/031111/full/news031110-5.html).
2. vCJD는 얼마나 흔한 질병인가?
1980년대와 90년대에 BSE가 발발한 후 영국에서는 vCJD의 사례가 급증하여, 오늘날까지 총 177명의 환자가 발견됐지만, 최근 2년 동안 발생 건수는 불과 한 명에 불과하다. vCJD 환자의 수는 2000년에 정점에 달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vCJD는 잠복기가 10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CJD를 연구한 논문들에 의하면 CJD의 잠복기는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http://www.nature.com/news/2006/060619/full/news060619-12.html), 이는 "상당수의 영국인들이 감염성 프리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vCJD의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변형 프리온(PrPSc)을 보유하고 있는 보균자(carrier)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지만, 수술 후에 폐기된 환자들의 충수와 편도 등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00~10,000명 중 한 명의 영국인이 PrPS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참고논문 1, 2, 3).
3. BMJ에 실린 이번 논문에서 새로 밝혀진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많은 영국인들이 vCJD의 보균자인지`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2008년 영국의 한 자문위원회는 영국 정부에 보다 포괄적인 유병률 조사를 실시하도록 건의했다. 이에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세바스찬 브래드너 박사(신경병리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국의 41개 병원으로부터 수집한 32,441개의 충수를 대상으로 PrP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16개의 충수에서 양성결과가 나와, 영국인의 PrPSc 보유 비율은 「2,000명당 한 명」꼴인 것으로 밝혀졌다(참고논문 4).
4. 「2,000명당 한 명」이라는 숫자는 쇼킹한 수준인가?
이번 논문과 관련하여 BMJ에 논설을 게재한 롤런드 새먼 박사(역학, 전문 기고가)에 의하면, 「2,000명당 한 명」이라는 숫자는 그다지 놀라운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참고논문 5). 즉, 브래드너 박사의 연구결과는 선행연구에서 밝혀졌던 숫자(12,764명 중 3명, 즉 4,000명당 한 명)와 동급 수준이라는 것이다.
5. 이번 연구결과가 `2,000의 영국인 중 한 명이 vCJD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동물실험에서는 림프계가 뇌(腦)보다 쉽게 PrPSc에 감염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간의 경우 `림프계(비장 포함) 감염`과 `뇌 감염` 간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수치는 (vCJD의 임상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보균자의 숫자일 뿐이다.
"2,000명의 영국인 중 몇 명이 vCJD에 걸릴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이는 앞으로의 연구에서 밝혀야 할 과제"라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산하 MRC 프리온 유닛의 그레이엄 잭슨 박사는 말했다. "PrpSc에 감염된 환자가 장기적 무증상 상태(asymptomatic state)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무증상 상태가 무기한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종국적으로 vCJD로 발전할 것인가`다.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vCJD의 잠복기는 지금껏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감안한다면 실제 발병자 수는 현저하게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ACDP(Advisory Committee on Dangerous Pathogens)의 TSE 위험 평가팀은 말했다.
6. 영국의 혈액공급 시스템은 안전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유보적이다. 영국 정부는 혈액공급 시스템을 vCJD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예컨대 영국 정부는 1980년 이후 수혈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의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림프계에 PrPSc를 보유한 사람이 혈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PrPSc를 전염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혈액 중의 PrPSc를 검출하는 진단방법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행히 임상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vCJD가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고 잭슨 박사는 말했다.
※ 참고논문:
1. Hilton, DA, et al. J Patholo 203, 448?50 (2004).
2. De Marco, MF, et al. J pathol 222, 380?387 (2010).
3. Clewley, JP, et al. BMJ 338, b1442 (2009).
4. Gill, O et al. BMJ 347, f5675, DOI:10.1136/bmj.f5675 (2013)
5. Salmon. R. BMJ 347,l5994, DOI:10.1136/bmj.f5994 (2013)
-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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