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visicle) 작동과정 밝힌 셰크먼, 로스먼, 쥐트호프 수상 영예
올해 2013년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우리 세포 안과 밖에서 주요한 분자 물질의 수송 시스템인 ‘소포(visicle)’의 작동과 조절 과정을 밝힌 랜디 셰크먼(Randy W. Schekman), 제임스 로스먼(James E. Rothman), 토마스 쥐트호프(Thomas C. Südhof) 등 3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 “세 과학자의 발견은 진핵세포에서 가장 기초적인 과정의 하나인 ‘분자 물질을 정확히 목적지에 전달하는 과정’을 밝혀주었다”라며 “이들의 발견은 세포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일어나며 세포 안팎의 지점에 어떻게 정확히 분자들을 전달하는지 이해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수상자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소포는 세포막처럼 이중의 지질층으로 이뤄진 세포내 구조물로서, 단백질 같은 분자 물질을 한데 모아 흐트러지지 않게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구실을 하는데, 이런 분자 물질 꾸러미가 어떻게 특정 세포막을 찾아가 거기에 정확히 달라붙고 뒤이어 특정 조건이 생기는 순간에 꾸러미에 담긴 분자 물질을 세포막 안쪽에 쏟아부어 전달하는지는 1970년대 말 이전에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3명의 과학자는 1970년대 말 이후에 각자 연구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이런 세포내 구조물인 소포의 기능과 작동과정을 세세히 밝혀 주었다. 세포내, 또는 세포간 분자 물질이 소포에 담겨 정확히 전달되는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실제로 여러 질환이 생기기 때문에, 이들의 발견은 질병과 치료 연구와도 연관돼 있다.
세 명 과학자가 세포 안밖의 '소포'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밝히는 과정은 197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30여 년의 흐름이었다. 셰크먼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에 소포의 수송 과정이 조절되어 세포막에 달라붙은 뒤 꾸러미에 담긴 분자 물질들을 전달하는 큰 그림을 제시했으며, 로스먼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그런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한 단백질들의 기능을 새롭게 밝혔다. 쥐트호프는 신경세포 간에 신경전달물질을 전하는 소포의 작동에서 칼슘이온이 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밝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에 기여했다.
그동안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소포는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면역반응 물질을 꾸러미로 담아 전달하는 데 주요한 수송 수단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수민 포스텍 박사후연구원(생명과학과)은 "세포 안과 밖에서 분자 물질이 기능을 발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소포에 분자 물질을 꾸러미로 담아 수송하는 시스템은 낭비 없이 분자 물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주요하고도 효과적인 수송 수단"이라고 말했다. 식물 세포를 연구하는 그는 “소포의 작용은 세포생물학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개념으로 효모(이스트)부터 인간까지 대부분 진핵생물체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기반의 메커니즘”이라며 “이에 더해 식물 분야에선 식물 세포가 분열할 때나 수분한 꽃에서 씨방까지 관이 자라는 데에도 소포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소포는 세포에서 매우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중요하고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세 명의 주요한 기여를 노벨위원회의 '해설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랜디 셰크먼은 1979-81년 소포의 수송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을 찾아내고자 단세포인 효모를 이용하는 독특한 유전학 실험 기법을 고안했으며, 이를 통해 소포의 수송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들을 무더기로 발견해 이 분야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위 그림을 보면, 정상의 효모 세포(왼쪽)에서는 단백질 분자 물질들을 담은 소포들이 세포막을 비롯해 여기저기로 수송돼 분자 물질을 분비하지만, 그런 수송 시스템이 망가진 돌연변이 효모(오른쪽)에선 소포들이 제대로 수송, 전달되지 못해 효모 세포 안에 쌓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셰크먼은 여러 돌연변이 효모를 만들어 소포 시스템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들을 찾아냈으며, 이를 통해 소포 수송의 시스템이 이뤄지는 경로에 대한 후속 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
과연 분자 물질의 꾸러미인 소포를 정확한 세포막 지점까지 전달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1987-88년 제임스 로스먼 연구팀이 제시했다. 로스먼은 소포가 특정 세포막에 달라붙어 소포 꾸러미 안 분자물질을 세포막 안쪽으로 쏟아붓는 과정에서 특정한 단백질들(SNARe)이 결합의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표적이 되는 세포막의 특정 단백질(표적-SNARe)과 '열쇠와 자물쇠'처럼 결합하는 단백질(소포-SNARe)이 소포에 붙어 있으며, 그 덕분에 소포가 세포막에 도킹하고 융합해 꾸러미 안의 분자 물질을 전한다는 이른바 ‘SNARe 가설’을 1993년 <네이처> 논문에서 제시했다. 이후에 로스먼의 이 가설은 여러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다듬어져 이번 노벨상 수상의 바탕이 됐다.
그의 이론을 표현한 위 그림을 보면, 소포에 붙은 단백질(그림에서 원형 아랫쪽)이 표적 세포막에 있는 특정한 단백질과 상보적 결합해, 분자 물질을 정확한 목적지에 전달한다. 이처럼 로스먼은 특정 단백질 복합체 덕분에 소포가 표적 세포막과 융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세포막에 달라붙은 소포에서 분자 물질이 아무때나 세포막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도킹이 이뤄진 이후에 특정한 자극이 주어질 때 소포와 세포막의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슐린 같은 중요한 분자 물질 꾸러미가 아무 때나 풀려 세포막 안쪽으로 전달된다면 이는 또한 생명현상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과정은 어떻게 제어될까? 이에 대해선 쥐트호프 연구팀이 답을 제시했다. 쥐트호프는 특정한 자극이 일어나는 순간에 정확히 맞춰 융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쥐트호프는 1990년대 후반에 칼슘이온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서 소포에 담긴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는 데 중요한 자극의 구실을 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위 그림을 보면, 세포막에 붙어 있는 소포에 칼슘이온의 신호 자극이 전해져 문이 열리면서 소포는 비로소 세포막과 융합해 꾸러미로 담아 가져온 분자 물질을 세포막 안쪽으로 쏟아붓는다. 쥐트호프는 칼슘이온을 감지해 소포 융합을 일으키는 분자 메커니즘을 찾아냈음으로써, 소포의 방출이 어떻게 제어되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세 과학자가 기여한 연구 업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세 과학자의 발견은 진핵세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과정의 일부인, 분자 물질이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밝혀주는 것이었다. 이들의 발견은 세포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일어나 세포 안과 밖의 정확한 지점에 분자들을 전달하는지 이해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소포 수송과 융합은 효모와 사람처럼 아주 다른 생명체 안에서 동일한 일반 원리로 작동한다. 이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부터 면역 체계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소포 융합이 통제되어야 하는 다양한 생리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런 절묘하고도 정밀한 세포내 기관이 없다면, 세포는 혼돈에 빠질 것이다.”◑
- 출처: 한겨레 사이언스온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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