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병에 대항하는 분자방어 기구 규명
영국 레스터대학의 과학자들이 현재 치료법이 없는 치명적인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인 헌팅턴병에 대항하는 분자방어 기구를 규명했다. 연구팀이 ‘Nature Genetic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glutathione peroxidase)라는 효소 활성이 헌팅턴병 모델에서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는 세포의 주요 항산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이 헌팅턴병 모델 생물에서 보호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추가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서 실제로 환자들의 치료에 이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헌팅턴병은 치명적인 유전 질환으로, 특정 뇌세포가 손실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0만 명당 12명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으며, 30대 초반에서 50대 사이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이 첫 번째 증상 발생 이후 1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의 경련성 동작이나 발작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력과 근육의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혼란과 성격적인 문제가 나타나며 나중에는 운동, 사고, 의사소통의 기능을 잃게 되며, 호흡곤란, 심부전, 감염 등도 수반된다. 4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IT15라는 유전자의 결함이 헌팅턴병의 원인이다. 이 돌연변이로 헌팅틴(huntingtin: HTT)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에서 생산 및 축적된다. 이들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교란시키고 최종적으로 사멸시켜서 헌팅턴병의 퇴행성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헌팅턴병을 포함하여 퇴행성 신경질환의 치료법 중 하나가 항산화제나 항산화 효소 등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서 뇌 세포를 보호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때문에 항산화제 활성을 높이는 방식의 헌팅턴병 치료법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항산화제인 코엔자임 Q10을 헌텅턴병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항산화 효소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효과가 확인된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는 셀렌(Se)을 보결 분자단으로 가지는 효소로서, 과산화수소의 파괴작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하여 펩티드인 글루타치온과 과산화수소를 반응시켜 산화형 글루타치온과 물을 생성하는 반응을 촉매한다고 한다.
레스터대학 유전학과의 전문가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6년 만에 질병의 유망 표적이 발굴되었다. 연구팀은 빵 효모, 초파리, 포유류 세포주와 같은 여러 모델 시스템을 이용하여 헌팅턴병에 관련된 기작을 세포 수준에서 조사하였다고 하다. 우선 연구팀은 효모의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선별 시험을 실시하여 헌팅턴병에 관련된 증상으로부터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는 몇몇 유전자 후보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어서 연구팀은 초파리와 포유류 세포를 대상으로 이들 유전자를 재검증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들 모델에서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 활성이 헌팅턴병 증상 발생에 대하여 가장 뛰어난 보호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다른 질환에 대해서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 활성을 유발시키는 약물들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 약물들이나 관련 구조의 물질들이 헌팅턴병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가 헌팅턴병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하는 추가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연구팀은 여러 다른 유전자들도 헌팅턴병에 대하여 보호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들 유전자들도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추가 시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Flaviano Giorgini 박사는 “우리는 헌팅턴병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단순한 실험 모델에서 유전적인 장점을 얻어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의 항산화 효과가 헌팅턴병의 증상 발생 경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이 치명적인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제 1 저자인 Robert Mason 박사도 “글루타치온 퍼옥시데이즈에 더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헌팅턴병 증상을 개선시키는 여러 유전자들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들 유전자들은 헌팅턴병을 유발시키는 기작에 대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 처참한 질병을 치료하는 추가적인 유익한 방법을 공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Journal Reference: Robert P Mason, Massimiliano Casu, Nicola Butler, Carlo Breda, Susanna Campesan, Jannine Clapp, Edward W Green, Devyani Dhulkhed, Charalambos P Kyriacou & Flaviano Giorgini. Glutathione peroxidase activity is neuroprotective in models of Huntington`s disease. Nature Genetics, 25 August 2013 DOI: 10.1038/ng.2732
-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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