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경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과거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 후 예상되는 국경분쟁을 막기 위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심지어는 백제와 신라까지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켜 그 안의 모든
민족을 중화민족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연구물인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2003년)에는 고구려인이 중국의 고대 국가인 은나라와 상나라의 씨족에서 분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 한족은 혈연적으로 한 핏줄이란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2003년 단국대 생물과학과 김욱 교수는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부계를 통해 유전되는 Y염색체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한국인은 주로 몽골과 동․남부 시베리아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 형, 그리고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형이 모두 발견되었다.
한국인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 가운데서 동남아시아인인 중국 동북부 만주족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했고, 중국 묘족이나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인과도 비슷했다. 이는 한민족이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 민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300여 년 전
농경문화와 일본어를 전달한 야요이족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 본토로 이주했음을 나타내는 유전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2006년 김 교수는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분석했다. Y염색체가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부계유전을 하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 아들과 딸 모두에게 전달된다. 더욱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돌연변이율이 높고,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정보인 하플로타입 상태를 분석해 조상을 추적해 낼 수 있다.
하플로타입이란 일련의 특이한 염기서열이나 여러 유전자들이 가깝게 연관돼 한 단위로 표시될 수 있는 유전자형을 가리킨다. 하플로그룹은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형을 가진 그룹으로 보면 된다. 한국인은 3명 가운데 1명꼴로 몽골과 중국 중북부의 동북아시아에 많이 분포하는 하플로그룹D 계통이 가장 많았고,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60% 가량이 북방계로, 40% 가량이 남방계로 분류됐다.
유전적인 분화 정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 순으로 가까웠다. 그러나 중국 한족은
베트남과 함께 다른 계통에 묶여 한국인과는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동북아시아에 속한 중국 북경의 한족은 한국인과 다소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중국 남방의 한족과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만주족과 중국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 한족보다는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웠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과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했던 고구려인의 유전적 특성은 중국 한족
집단보다 한국인 집단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한족을 물리치고 중원을 점령했던 금나라의 여진족(훗날 만주족)이 신라인의 후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금사(金史)에는 “금태조가 고려에서 건너온 함보를 비롯한 3형제의 후손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금을 계승한 청나라의 건륭제 때 집필된 ‘흠정만루원류고’에는 금나라의 명칭이 신라 김(金)씨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한국인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유전자가 누구와 가까운지 알
수 있다. 사진은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이 소개한 한국인 유전자 지도 초안
이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청나라 황실의 만주어성 ‘아이신줴뤄’ 중 씨족을 가리키는 아이신은 금(金)을 뜻한다. 이는 아이신줴뤄를 한자로 가차한 애신각라(愛新覺羅)에 “신라(新羅)를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뜻이 담겼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한국인의 유전자는 북방계가 다소 우세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4000~5000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발달시키고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전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한민족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주에 살던 이들은 중국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발원한 한족과는 달리 한반도에 살던 이들과 깊은 혈연관계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나아가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웠던 여진족과 만주족의 역사를 한국사에 새로 편입시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단일민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유전적 동질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지
한국인의 기원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집단 구성원이 갖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이 세대를 통해 유지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집단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집단은 단순한 집단에 비해 집단이 유지되고 진화하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잡종강세’의 전형적인 집단이다. 어쩌면 중국이 동북공정을 서두르는 이유도 한국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두려워해서가 아닐까?
반세기 이상 선반 위에 놓여 있던 고전적 실험의 데이터를 현대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지구상에서 첫 생명이 탄생하던 순간의
비밀을 밝힐 단서가 나온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1952년 시카고 대학의 스탠리 밀러는 과학사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실험 중
하나를 실시했다. 그는 지구의 초기 대기와 같은 조성의 기체(수증기, 수소, 메탄, 암모니아 포함)가 가득 찬 플라스크에 전기
스파크(번개)를 반복적으로 발생시켜 보았다. 이 같은 상태가 1주 동안 지속된 결과, 가스의 상당부분이 유기화합물(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아미노산 포함)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지구상에 하등생물이 탄생한 과정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밀러는 동일한 장비와 절차를 이용하여 다양한 조성의 기체에 대하여 실험을 반복했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실험의 결과는 선반에 놓여진 채 분석되지 않았는데, 밀러가 사망한 후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8년 일단의 과학자들은 밀러의 미발표 실험결과를 분석하여 학게에 보고했는데, 그 과정에서 반세기 동안 방치되었던
잔유물에서 22개의 아미노산이 발견되었으며, 그중 10개는 1952년 실험 당시에 탐지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으로 밝혀졌다(참고논문
2). 이제 과학자들은 두 번째 단계로 1958년에 행해진 밀러의 다른 실험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당시 밀러는 메탄,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황화수소의 혼합물 속에서 전기 스파크를 일으켰는데, 이러한 기체 조성은 초기 화산에서 뿜어져 나왔던 기체와
유사하기 때문에, 1952년 실험에서 사용됐던 가스보다 화산가스에 보다 근접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생성된 건조 슬러지는
유리 바이알에 담긴 채 두꺼운 박스 안에 넣어져, 실온에서 50년 이상 방치되어 왔다. 워싱턴 D.C, 소재 카네기 과학연구소의
헨더슨 짐 클리브스 박사(유기화학)는 이 슬러지를 (1950년 당시보다 10억 배 이상 감도가 뛰어난) 현대적 장비와 기법을
이용하여 분석했다.
PNAS 3월 21호(온라인판)에 기고한 논문에서, 클리브스 박사는 "1958년 실험의 잔유물에서는 23개의 아미노산이
발견됐는데, 그중 6개가 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참고논문 1). "내가 잔유물에서 발견한 아미노산에는 L형과 R형이
동일한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잔유물에 포함된 유기화합물이 - 바이알에 침투한 미생물이 아니라 - 실험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세포는 L형 아미노산 한 가지만을 만들고 사용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클리브스
박사의 새로운 분석 결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발견한 아미노산의 가짓수가 1952년에 발견된 것보다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 발견한 `황을 포함하는 두 개의 아미노산`(시스테인, 메티오닌)이 생물의 대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스테인과 메티오닌은 1952년의 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조지아 공대의 니콜라스 허드
박사(생화학)는 논평했다. (허드 박사는 이번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다.)
클리브스 박사는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 외에도 트레오닌, 류신, 이소류신을 발견했는데, 이 역시 밀러가 실시한 다른
방전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들로, 생물의 특정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브스 박사의 실험에서
풍부한 유기화합물이 발견된 것은, 1958년 밀러가 사용한 기체에 황화수소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구의
원시 대기를 구성한 기체가 정확히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화산 분출물이 대기에
황화수소를 공급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허드 박사는 말했다.
`생명의 기원` 문제는 뜨거운 논쟁거리 중의 하나이며, 지구의 원시 수프(primordial soup)에 포함되어 있던
先생물적 화학물질(prebiotic chemicals)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물이 심해의 열수구(hydrothermal vents)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곳은 따뜻하고, 화학적으로 활성이 있고,
미네랄이 풍부한 수프가 해저에서 용솟음쳐 나오는 곳이다. 한편 최근의 분석들은 상당수의 선생물적 화학물질이 - 밀러의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 불꽃이 난무하고 수증기로 가득 찬 화산 분출물 속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클리브스
박사의 실험 결과는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운석을 통해 지구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밀러가 1958년에 사용했던
기체의 조성은 흥미롭게도 (탄소가 풍부한) 운석에서 검출된 성분의 조성과 거의 일치한다."고 클리브스 박사는 말했다.
<참고논문>
1. Henderson J. Cleaves et al,"Primordial synthesis of amines and
amino acids in a 1958 Miller H2S-rich spark discharge experiment", PNAS
March 21, 2011,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March 21, 2011, doi:
10.1073/pnas.1019191108(무료로 다운로드 가능)
2. Cleaves et al, "The Miller Volcanic Spark Discharge Experiment",
Science 17 October 2008: Vol. 322 no. 5900 p. 404, DOI:
10.1126/science.116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