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만능줄기세포는 분화가 멈춘 성인의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07년 일본 교토대 신야 야마나카 연구팀은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이용해 성인의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상태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전사인자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RNA로 전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인자로 단백질로 이뤄져있다. 야마나카 연구팀은 이 전사인자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활용했다. 당시 야마나카 연구팀은 Oct4, Sox2, c-Myc, Klf4 등 4개의 전사인자 유전자를 이용했다. 이
전사인자를 유도만능 역분화 인자라고도 부른다. 이후 다수의 연구팀이 이 4개의 전사인자를 변형한 방법을 적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수립하는데 성공했다.
전사인자를 이용하는 야마나카 연구팀의 방법은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시대를 열었지만 전사인자를 성인의
피부세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매우 낮은 효율성의 문제 등을 내포하고 있다. 전사인자를 DNA의 형태로 체세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DNA의 운반체로 바이러스가 사용된다.
이 바이러스 운반체는 병원성은 낮추고 세포를 감염하는 감염성만 남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지만 바이러스 운반체가 지닌 본래의 특성으로 성인의 정상피부세포에 원치 않는 염색체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암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전사인자를 이용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효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마이크로 RNA만 사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 수립 성공
▲ 마이크로 RNA로 만든 생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 녹색이 유도만능 징표인 Oct4 단백질이다 ⓒEdward Morrisey
이런 가운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에드워드 모리지(Edward
Morrisey) 연구팀은 마이크로 RNA(miRNA)만을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 최신호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RNA를 통해 생쥐와 인간의 피부세포를 모두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 하는데 성공했다.
모리지 교수는 “4개의 전사인자를 사용하지 않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수립한
것은 최초”라면서 “효율도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사용한 마이크로 RNA는 전사인자가 아니며 매우
쉽게 세포에 감염될 수 있다” 면서 “기존의 전사인자 시스템과 같이 바이러스 운반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
존의 4개의 전사인자를 사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경우 과학자들은 매 100,000개의 성인세포에서 대개의 경우 20개 미만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었다. 전사인자가 아닌 마이크로 RNA를 이용한 모리지 연구팀의 경우 실험당시 사용한 매 100,000개의
성인세포로부터 대략 10,000개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재생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 RNA, 메신저 RNA에 상보적 결합해 유전자 발현 억제
마이크로 RNA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짧은 RNA 분자이다.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DNA로부터 메신저 RNA(mRNA)로 전사되고 이 메신저 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마
이크로 RNA는 이 메신저 RNA의 상보적인 염기서열에 달라붙어 메신저 RNA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것은 억제한다. 상보적이라는
의미는 RNA는 구성하는 염기쌍이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한다는 얘기이다. RNA는 A, T, G, U 등 4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됐으며 A와 T, G와 U는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한다.
모리지 연구팀은 폐 발달과정에서 마이크로 RNA의 기능을
연구하는 도중 이번 연구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miR302/367’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 RNA의 뭉치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miR302/367은 폐 내피 선구세포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miR302/367은 배아줄기세포에서
매우 강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간단한 실험을 수행했는데 생쥐의 피부세포에 이 마이크로 RNA를
발현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분열한 세포들이 마치 유도만능줄기세포처럼 관찰됐다. 모리지 교수는 “야마나카 교수팀이 개발한
전사인자를 이용한 시스템보다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RNA가 단백질 발현의
억제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RNA가 4개의 전사인자와 만능줄기세포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다른
전사인자를 억제하는 억제인자를 억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즉 마이크로 RNA가 전사인자의 억제인자가 전사인자를 억제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마이크로 RNA, 전사인자 억제인자 억제
연구팀은
miR302/367 역분화에는 miR367의 발현이 필요하며 miR367의 발현이 Oct4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Hdac2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발견했다. Oct4는 야마나카 연구팀의 4개의 전사인자 가운데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 RNA와 Hdac 신호전달과정이 서로 조화를 이뤄 성인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의
만능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마이크로 RNA가 야마나카 연구팀의 전사인자와는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지는 보다 많은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 마이크로 RNA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전사인자를 사용하지 않은 최초의 유도만능줄기세포이다 ⓒUpenn Medicine
연구팀은 마이크로 RNA 유도만능줄기를 심장세포, 혈구세포, 폐 세포 등 다른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기 위해 다른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리지 교수는 “이 방법은 환자의 샘플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재생하는 데 매우 소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RNA를 피부세포에 전달할 때 합성 마이크로 RNA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합성한 마이크로 RNA는
‘모방(mimics)’ 또는 ‘전구체’로 불린다. 합성 RNA는 매우 많은 양을 세포에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합성이라는
점에서 비유전적 방법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모리지 교수는 “우리가 희망하는 결과는
성인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할 수 있는 합성 마이크로 RNA를 만드는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이렇게 역분화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폐, 심장 근육, 신경세포 등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바람처럼 합성 마이크로 RNA의 현실화는 어느 정도 가능할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에 앞서 수행된 메신저 RNA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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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 9월 미국 하버드 의대 데릭 로시(Derrick Rossi) 연구팀은 피부세포에 합성 메신저 RNA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에 보고했다. 로시 연구팀은
야마나카 박사의 4개의 전사인자가 지닌 유전정보를 DNA 형태가 아닌 메신저 RNA 형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합성 메신저 RNA는 4개 전사인자의 유전정보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지만 DNA가 아닌 RNA의 형태이기 때문에 DNA변이에 의한 암세포 생성 가능성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